지식산업은 지식과 정보, 아이디어 같은 무형의 지적 자본을 핵심 생산요소로 삼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자본과 노동 중심의 전통 경제구조를 바꾸고 있다.
산업 구조의 전환, 지식이 생산요소가 되다
그동안의 경제 구조는 녹색 혁명을 기반으로 한 1차 산업과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2차, 3차 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토지와 노동, 자본이라는 전통적인 생산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하느냐가 성장의 관건이었다.
그러나 농업과 제조업 같은 전통 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는 사이,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서는 혁명에 가까운 기술 진보가 이어졌다. 정보와 지식이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지식산업은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식산업은 지적 자본을 생산 요소로 삼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이 되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통해 축적된 지식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만들어내는 생산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본 지식과 권력의 이동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90년 발표한 『권력이동(Powershift)』에서 무력, 부, 지식을 권력을 구성하는 세 가지 수단으로 제시했다. 토플러는 지식의 장악이야말로 인류의 모든 조직체에서 전개될 전 세계적 권력투쟁의 핵심 문제이며, 앞으로의 권력투쟁은 더욱더 지식의 배분과 접근 기회를 둘러싼 다툼으로 바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권력의 본질 변화가 새로운 부의 창출체제에서 비롯되며, 그 힘의 정체는 지식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와 아이디어, 상징체계가 즉시 전달되는 새로운 경제 방식이 낡은 공장 중심의 산업체제와 충돌하면서, 권력의 원천인 물리력·부·지식 자체가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회를 통제하는 힘이 물리력과 부에서 지식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지식은 원자재와 노동, 시간, 장소,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선진 경제의 중심 자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식이 축적되면 그 지식을 토대로 또 다른 지식이 만들어진다. 결국 지식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지식이 산업화될수록 지식을 가진 쪽이 더 큰 권력과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 토플러의 통찰이다.
피터 드러커가 강조한 지식 사회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전통적인 생산요소에 지식을 포함시켜 지식 기반 경제라는 개념을 정립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자본주의 이후 사회에서는 지식이 자본과 노동을 밀어내고 사실상 유일한 생산수단이 될 것이라고 봤다. 지식을 배분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부를 창출하는 중심 활동이 되며,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지식노동자(Knowledge Worker)가 사회를 이끄는 주도적인 집단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드러커는 2002년 저서 『Managing in the Next Society』에서도 정보혁명이 만들어낸 지식 사회의 변화를 폭넓게 분석했다. 그는 지식 사회에서는 국경의 의미가 약해지고, 지식을 기반으로 하지 못하는 전통 산업의 상대적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IT, 바이오, 나노 산업, 신소재 등 지식 집약적 산업은 농업이나 제조업에 비해 한계비용이 크게 낮아질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지식 산업의 확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지식기반경제와 산업 경쟁력
지식이 핵심 생산요소로 부상하는 흐름은 개별 학자의 통찰에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OECD는 1998년 지식기반산업을 산업 발전에 있어 정보와 지식의 창출, 확산, 활용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산업으로 정의했다. OECD와 EC는 지식기반산업을 유형의 재화를 생산하는 지식기반제조업과 무형의 서비스를 생산하는 지식기반서비스업으로 분류했으며, 서비스 중심의 경제로 전환되면서 지식기반서비스업이 산업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토플러와 드러커가 예견한 흐름이 실제 산업 통계와 정책 논의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ICT가 발달하고 지식 사회가 성숙해질수록, 지식의 축적과 창의성 그 자체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경제 성장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가고 있다.
지식인이 이끄는 미래 경제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충격』에서 지식이 자본, 노동, 원료를 대신해 경제 발전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흐름 속에서 전문성을 갖춘 지식인은 미래 경제의 핵심 주체로 부상한다. 지식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소규모 기업이나 1인 기업 형태의 지식 산업 기업가가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도 전문 지식과 정보,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경제 주체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지식산업이 대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라 개인과 소규모 조직에도 열려 있는 성장 영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적 자본을 갖춘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이 데이터와 아이디어, 네트워크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론
지식산업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경제 구조의 변화다. 앨빈 토플러가 예견한 지식 중심의 권력이동과 피터 드러커가 강조한 지식 기반 사회, 그리고 OECD가 정의한 지식기반산업의 개념은 서로 다른 시점과 관점에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식과 정보,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역량이 자본과 노동 못지않게, 어떤 경우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이미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 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식산업은 개인과 기업, 나아가 국가 단위의 경쟁력을 재편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실질적인 가치로 전환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앞으로의 경제를 살아가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참고자료
-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Powershift: Knowledge, Wealth, and Violence at the Edge of the 21st Century)』, 한국경제신문, 1990
- 앨빈 토플러, 『미래의 충격(Future Shock)』
- 피터 드러커, 『Managing in the Next Society』, 2002
- OECD, 지식기반산업(knowledge-based industry) 정의,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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