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생명산업이란 무엇인가, 농업을 넘어서는 새로운 프론티어 성장동력

생명산업은 농업이 지닌 생명 자원의 가치를 바이오기술과 결합해 식량, 건강,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프론티어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업 비중은 줄어도 생명의 가치는 줄지 않는다

기계 공업에 의한 대량 생산은 인간의 노동 방식과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농업은 여전히 먹거리를 공급하는 근원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체 산업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적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2008년 기준 주요 선진국의 농림어업 부가가치 비중은 일본 1.4퍼센트, 미국 1.1퍼센트, 영국 0.9퍼센트, 프랑스 2.0퍼센트로 대부분 2퍼센트 미만에 머물렀다.

산업화된 선진국 경제를 부가가치 기준으로만 보면 총생산액에서 농업 생산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전체 생산액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퍼센트에서 7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 선진국 대부분은 1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가장 빠르게 줄어든 일본조차도 70년 이상이 소요됐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은 이 과정을 단 26년 만에 겪었다. 다른 어떤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속도로 농업의 상대적 비중이 축소된 것이다.

프론티어 경제, 산업의 경계를 넓히다

경제가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1차 산업인 농업에서 2차 산업 제조업, 3차 산업 서비스업으로 나아가는 것은 물론,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경제 활동의 범위를 계속 확장해야 한다. 이렇게 산업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넓혀가는 경제를 프론티어(frontier) 경제라고 부른다.

한국 경제에서 농업 생산액 비중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유독 빠르게 줄어든 것은, 농업 자체가 위축되었기보다는 전체 경제 규모가 급속하게 커지면서 상대적 비중이 낮아진 결과에 가깝다. 다만 그 속도가 워낙 빨라서, 마치 농업이 다른 산업으로 빠르게 대체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통계로 보는 한국 농업의 축소 과정

국가 경제 GDP에서 농림어업 GDP가 차지하는 비중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이러한 축소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1970년 26.5퍼센트였던 비중은 1980년 14.3퍼센트로 크게 줄었고, 1990년에는 7.8퍼센트, 2000년에는 4.1퍼센트, 2010년에는 2.4퍼센트로 매 10년마다 전 시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0년에는 1.5퍼센트 이하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궤적이었다.

분야별로 보면 재배업과 임업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반면, 축산업과 어업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감소했다. 1970년에는 재배업 비중이 축산업의 9.9배에 달했지만, 2010년에는 그 차이가 3.75배 수준으로 좁혀졌다. 토지에 의존하는 재배 중심의 농업은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가축과 수산물을 길러내는 이른바 ‘기르는 산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흐름이다. 참고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관련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농림어업 GDP 비중은 2.3퍼센트로,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평균인 1.6퍼센트보다는 높지만 세계 평균인 3.9퍼센트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생명산업, 농업의 경계를 넘어서다

이처럼 전통적인 재배·사육 중심의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흐름은, 역설적으로 생명 자원 자체의 가치가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명산업은 농업이 다루는 생물학적 자원과 지식을 바이오기술과 결합해 식량, 의약, 에너지, 소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가리킨다.

OECD는 2009년 발표한 정책 보고서 『The Bioeconomy to 2030』에서 바이오경제(Bioeconomy)를 유전자와 세포에 대한 첨단 지식의 활용,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와 효율적인 바이오공정의 사용, 여러 산업 분야에 걸친 생명공학 지식과 응용의 통합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정의했다. 이는 생명산업이 더 이상 농업 생산량을 늘리는 문제에 머물지 않고, 생명과학 지식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바이오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5년 1.6조 달러에서 2030년경에는 4.4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30년경에는 IT 산업에 버금가는 바이오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은 2012년 국가 바이오경제 청사진(National Bioeconomy Blueprint)을, 유럽연합은 같은 해 바이오경제 전략을 발표하며 국가 차원의 바이오산업 육성에 나섰다. 유럽연합의 경우 2023년 기준 바이오경제 시장 규모가 약 2조 7천억 유로에 달하고, 역내 약 1,70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주요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기르는 산업에서 생명산업으로

재배업 비중이 줄고 축산업·어업 같은 기르는 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흐름은, 생명체를 다루는 산업의 무게중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을 수 있다. 토지에 크게 의존하는 재배 방식에서 벗어나, 생명체의 성장과 순환을 다루는 방식으로 산업의 성격이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생명산업이 농업의 축소를 상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생명 자원에 담긴 유전 정보와 생물학적 특성을 기술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산업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농림어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흐름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생명 자원의 가치 자체가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재배 중심의 전통 농업에서 기르는 산업으로, 그리고 생명공학 지식을 결합한 생명산업으로 산업의 경계가 확장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프론티어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산업은 1차 산업인 농업이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 만들어내는 다음 단계의 성장 영역이다. OECD와 주요국들이 바이오경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농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시대에, 생명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참고자료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 관련 보도자료(농업인신문, 2018)
  • OECD, 「The Bioeconomy to 2030: Designing a Policy Agenda」, 2009
  • 유럽연합(EU), 「新바이오경제 전략(Bioeconomy Strategy)」, 2025
  • 별도 참고자료 미제공(1970~2010년 한국 농림어업 GDP 비중 및 2008년 선진국 비교 통계는 제공된 원문 자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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