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부터 정부가 전국 농지 소유자와 이용 실태를 처음으로 전수 조사하는 사업이 본격화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농지 소유, 임대차, 실경작 여부를 확인하는 이 조사는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이후 처음 시도되는 전국 단위 조사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조사가 두 달 넘게 진행되는 동안 농지 가격 하락, 거래 절벽, 임차농 피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농지 전수조사가 왜 추진됐는지,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어떤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리한다.
농지 전수조사란 무엇인가
전수조사의 정의와 목적
농지 전수조사는 전국의 모든 농지를 대상으로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일치하는지, 임대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불법 전용이나 무단 휴경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행정 조사다. 표본을 뽑아 일부만 확인하는 실태조사와 달리 전체 필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의 목적을 농지가 시세차익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헌법이 규정한 경자유전 원칙, 즉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립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비농업인 소유 농지와 유휴 농지가 늘어나면서 정작 농사를 지으려는 청년농과 귀농인이 농지를 구하기 어려워진 현실도 조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추진 배경, 대통령 지시와 농지법 개정
이번 조사는 2026년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대통령의 지시에서 출발했다. 부동산 문제로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되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농지 사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사후관리를 지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조사의 실효성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농지법 개정을 추진했고, 개정안은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농지법은 농지조사원의 지위와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조사원이 타인의 토지에 출입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등 행정청의 조사 권한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법 통과 이후인 2026년 5월 18일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실제 조사에 착수했다.
농지 전수조사의 추진 절차와 일정
1단계 조사, 기본조사와 심층조사
정부는 이번 조사를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할 계획이다. 1단계는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1월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하며, 2026년 한 해 동안 기본조사와 심층조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기본조사는 5월부터 7월까지 진행되며,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 등 소유 관련 서류, 직불금과 농업경영체 데이터베이스 등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농지전용 허가 이력 등 이용 현황 자료를 종합해 상속이나 이농으로 취득한 농지, 농업법인과 일반법인이 소유한 농지의 소유 제한 및 상한 면적 위반 여부를 점검한다. 이어 8월부터 12월까지는 심층조사가 진행되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수도권 전역 등 이른바 10대 심층조사군을 대상으로 담당 공무원과 농지조사원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실제 농업경영 여부와 무단 휴경, 불법 전용 같은 위반 행위를 확인한다. 12월에는 조사 결과를 정리해 행정처분과 사후관리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2단계 조사, 1996년 이전 취득 농지
2단계 조사는 농지법 시행 이전인 1996년 1월 이전에 취득한 약 80만 헥타르 규모의 농지를 대상으로 하며, 2027년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 농지들은 법 시행 이전에 취득했다는 특성상 임대차나 휴경과 관련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불법 전용 여부는 동일하게 위법으로 판단해 행정 조치할 방침이다. 정부는 1단계와 2단계 조사 결과를 종합해 전국 농지에 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새롭게 구축하고, 이를 향후 농지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사 방법과 대상 기관
조사에는 국토교통부의 토지대장과 등기 정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의 직불금 및 농업경영체 데이터베이스, 지방자치단체의 농지전용 허가 이력 등 여러 기관의 행정 데이터가 함께 활용된다. 여기에 농지조사원이 현장을 방문해 실제 경작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더해진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 약 67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가 적발될 경우 기존에는 1년 이내 처분하도록 했던 규정을 즉시 처분 명령이 가능하도록 바꾸는 방향의 법 개정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여러 기관의 자료를 교차 확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던 농지도 실제 현장조사 단계에서 휴경이나 불법 시설물 설치 같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마다 조사반을 구성해 순차적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있으며, 조사 대상자에게는 사전에 조사 일정과 필요 서류를 안내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논란
농지 가격 하락과 거래 절벽
조사가 진행되면서 가장 먼저 나타난 부작용은 농지 시장의 위축이다. 조사로 인해 위법 소지가 있는 농지를 사려는 수요 자체가 끊기면서 시세와 담보 가치가 함께 떨어지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소유자 입장에서는 담보 가치 하락이 곧바로 대출 회수나 추가 담보 요구로 이어질 수 있어 재산권 관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응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은행 누리집 안에 지주와 공인중개사가 매물을 등록하고 농민이 직접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직거래 플랫폼을 새로 열어 거래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임차농 피해와 위장 자경 우려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구두 계약 관행에 의존해 온 농지 임대차 관계가 흔들리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조사로 인해 위법 소지를 우려한 일부 부재지주가 기존의 구두 임대차를 파기하고 서류상 직접 경작하는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위장 자경에 나서면서, 실제로 농사를 지어온 임차농이 오히려 경작지를 잃는 역효과가 현장에서 보고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인지하고 부당하게 밀려나는 임차농을 위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필요할 경우 대체 농지를 알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별 정책 적합성 논란
투기 억제라는 조사의 취지가 농업 중심 지역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농지 보유 지역에서는 애초에 투기보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임대차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투기 지역과 농업 지역에 동일한 조사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 지역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별 농지 이용 구조의 차이를 고려한 조사 기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역 농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고령농의 행정 부담
농지 소유자와 임차인 중에는 고령농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논란의 한 축이다. 오랜 기간 구두 계약 관행에 익숙했던 고령농 입장에서는 서면 계약서 작성, 관할 행정기관 신고, 농어촌공사 위탁 절차 등이 낯설고 번거로운 행정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임대차 신고나 위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임대료 정산 방식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도 확인된다.
부재지주 문제를 보는 엇갈린 시각
일부 농업인 단체와 지역 농민들은 청원 등을 통해 전국 농지 가운데 상당 부분이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다른 이른바 부재지주 소유 농지라고 주장하며, 조사와 규제가 강화될 경우 오히려 고령농의 농지 매각과 대출 상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상당수 고령 농가는 농지를 담보로 한 대출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아, 조사로 인해 거래가 위축되고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대출 상환이나 경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부와 청년농·귀농인 단체 쪽에서는 부재지주가 늘어날수록 정작 농사를 짓고 싶어도 농지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점을 들어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처럼 같은 현상을 두고도 입장에 따라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이 이번 조사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부재지주 비율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는 조사 주체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공식 통계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특정 수치를 단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농지 전수조사, 농업인과 소유자가 알아야 할 대응 방법
임대차 계약을 서면으로 정리하는 방법
농지를 임대하고 있는 소유자라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현재의 임대차 관계가 서면 계약과 신고 절차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다. 구두 계약에 의존해 온 경우라면 특별 정비 기간 안에 임차인과 함께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고, 농지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구·읍·면에 임대차 사실을 신고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을 통해 임대를 위탁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안전하다. 서면화 과정에서는 임대 기간, 임대료, 원상회복 조건 등을 명확히 기재해 두는 것이 이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임차농 입장에서도 계약서와 신고 확인증을 보관해 두면 추후 조사 과정에서 실경작 사실을 소명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위반 시 불이익과 행정처분
농지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처분 명령, 원상회복 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가 적발될 경우에는 기존처럼 1년의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즉시 처분을 명령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고 있는 만큼, 해당 지역에 농지를 보유한 소유자는 더욱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불법 전용이 확인된 농지 역시 취득 시기와 관계없이 원상회복 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조사 결과 위반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계도 기간 안에 자발적으로 시정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처분 수위에서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비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정부의 대응과 보완 조치
임대차 정상화 특별 정비 기간
정부는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심층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2026년 5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를 농지 임대차 정상화를 위한 특별 정비 기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그동안 구두로 계약을 맺어온 임대인과 임차인을 대상으로 서면 계약 작성을 유도하고, 농지 소재지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을 통해 적법하게 임대를 위탁하도록 안내한다. 처벌보다 제도권 안으로의 편입을 우선하는 계도 성격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농지은행 직거래 플랫폼
정부는 조사로 인한 거래 위축 우려에 대응해 농지은행 누리집 안에 농지 직거래 플랫폼을 새로 개설했다. 지주와 공인중개사가 매물 정보를 등록하면 농민이 이를 직접 확인하고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구조로, 농지 거래가 얼어붙는 상황을 완화하려는 취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농지 관련 지원사업도 함께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농지 전수조사의 장단점 비교
농지 전수조사는 투기 억제와 농지 이용 정상화라는 목적과, 시장 위축과 임차농 피해라는 부작용이 동시에 나타나는 정책이다. 아래 표는 조사의 주요 내용과 장단점을 항목별로 정리한 것이다.
| 구분 | 1단계 조사 | 2단계 조사 |
|---|---|---|
| 대상 농지 | 1996년 1월 이후 취득 농지 | 1996년 1월 이전 취득 농지, 약 80만 헥타르 |
| 조사 시기 | 2026년 5월부터 12월까지 | 2027년 예정 |
| 세부 절차 | 기본조사(5~7월), 심층조사(8~12월) | 이용 현황 중심 조사 |
| 주요 점검 사항 | 소유 제한, 상한 면적, 실경작 여부, 임대차 적법성 | 불법 전용 여부 중심 |
| 규제 적용 | 임대차, 휴경 관련 규제 전면 적용 | 임대차, 휴경 규제는 미적용, 불법 전용만 단속 |
| 구분 | 기대 효과 | 우려되는 부작용 |
|---|---|---|
| 농지 시장 | 투기성 보유 감소, 실경작자 접근성 개선 | 거래 절벽, 시세 및 담보 가치 하락 |
| 임대차 관계 | 불법 임대차의 제도권 편입 | 부재지주의 임대 파기, 임차농 경작지 상실 |
| 행정 데이터 | 전국 농지 데이터베이스 최신화 | 고령농의 서류·신고 부담 증가 |
| 지역 농업 | 청년농·귀농인의 농지 접근성 개선 기대 | 농업 중심 지역의 정책 적합성 논란 |
결론
농지 전수조사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시도되는 전국 단위 조사로, 경자유전 원칙을 다시 세우고 농지가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대통령 지시에서 시작해 농지법 개정과 예산 확보, 그리고 실제 현장 조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농지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조사가 목표하는 대로 실경작자와 청년농, 귀농인의 농지 접근성이 실제로 개선된다면 농업 현장의 오래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조사 시행 두 달여 만에 농지 가격 하락, 거래 절벽, 임차농 피해 같은 부작용이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는 만큼, 투기 억제라는 목적과 실경작자 보호라는 또 다른 목적이 함께 달성될 수 있도록 지역별 여건을 반영한 세심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특히 투기 수요가 거의 없는 농업 중심 지역과 수도권 인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동일한 기준으로 다루는 방식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한 지점으로 보인다. 정부가 밝힌 대로 1단계 조사가 마무리되는 2026년 말과 2단계 조사가 예정된 2027년까지, 농지 시장과 임대차 관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국 농지 소유자와 임차인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제도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리 대응하는 것이다. 특별 정비 기간을 활용해 임대차 관계를 서면화하고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것이 당장의 행정 부담은 있더라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처분이나 분쟁의 위험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응 방법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시행지침(기본조사)」, 2026년 5월 — https://mafra.go.kr/bbs/home/795/597611/download.do
- 법률신문, 「농지법 개정 및 농지 전수조사 실시에 따른 대응방안」 —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787
- 농민신문, 「구두 임대차 7월까지 서면계약 유도… 법 위반 방지」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60515500530
- 농민신문, 「’투기 근절’ 농지 전수조사 5월 돌입」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60401500768
- 농민신문, 「농지 전수조사 두 달, 농지값 하락세에 ‘기름’」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60708500509
- 전북도민일보, 「농지 전수조사, 지역에서 다시 묻다, 정책 적합성 논란」 — https://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2062&sc_section_code=S1N7
작성일자: 2026년 7월 17일
농지 소유자라면 이번 정비 기간을 활용해 임대차 서류를 미리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