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농수산업을 흔든다, 위험관리 전략으로 살아남는 법

기후변화로 인한 농수산업 위험관리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2024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이 14.5℃로 1973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농작물 피해면적이 수천 헥타르에 달하고 양식생물 대량 폐사로 1,430억 원의 수산 피해가 발생하면서 기후 리스크는 산업 전체의 구조적 과제로 부상했다.

2024년, 숫자로 본 기후 피해의 실상

2024년 7월부터 9월 사이 폭염과 고온 현상으로 인삼 등 농작물 재배면적 3,477ha가 피해를 입었고, 벼멸구 피해 면적도 17,732ha에 달했다. 폭염은 가축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폭염으로 전년 대비 88만 1천 마리 늘어난 168만 9천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바다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7.8℃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고, 이상 고수온 발생 일수는 182.1일로 10년 평균인 50.4일의 3.6배에 달했다. 이로 인해 여름철 고수온에 의한 양식생물 대량 폐사로 1,43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농업과 수산업에 가해지는 기후 타격은 해가 갈수록 빈도와 강도가 함께 올라가고 있다. 수산업은 최근 14년간(2011~2024) 고수온으로만 3,472억 원, 저수온으로 308억 원의 누적 피해를 입었으며, 2100년까지 주요 양식 밀집 해역의 수온이 최대 4~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리스크, 왜 농수산업에 더 치명적인가

농수산업은 생산 환경을 인간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본질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기온, 강수량, 해수 온도, 해류 등 자연 조건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농수산업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피해가 단순한 생산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염, 폭설, 여름철 집중호우와 가뭄의 동시 발생, 냉해와 병해충 발생 빈도 증가는 수급 불안정과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농식품 물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2024년에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기후가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을 피부로 실감하는 시대가 됐다. Krei

2001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의 농산물 가격 변동성은 주요국 중 가장 컸다. 30년 동안 사과 재배 면적은 35.4% 감소했고, 배는 12.7%, 포도는 34.3% 줄었다. 반면 망고, 파파야, 바나나 같은 아열대 작물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주요 농산물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위험관리(리스크 관리)란 무엇인가

위험관리란 위험을 발견하고 그 발생 빈도와 심도를 분석하여 가능한 최소의 비용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반 활동이다. 농수산업에서 위험관리는 크게 물리적 방법과 재무적 방법으로 나뉜다.

물리적 위험관리는 위험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피하는 위험회피, 사전에 손실을 억제하거나 발생 시 규모를 줄이는 손실통제, 피해가 한 곳에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하는 위험 분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재무적 위험관리는 손실이 실제 발생했을 때 자금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준비금 적립을 통한 위험보유, 보험 가입을 통한 제3자 위험 전가, 공동 대응을 통한 위험 결합이 대표적이다.

농업의 경우 위험의 특성에 따라 관리 방법도 달라진다. 발생 빈도가 낮고 피해 규모도 작으면 스스로 감내하는 위험보유가 적합하다. 반면 발생 빈도는 낮지만 한 번 터지면 피해가 큰 경우에는 농작물재해보험처럼 위험을 제3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빈도는 높지만 피해 규모가 작은 위험은 방제와 예방 활동 같은 손실통제로 대응하고, 빈도와 규모 모두 클 때는 아예 해당 위험을 피하는 위험회피 전략이 필요하다.

생산 위험 관리: 다각화와 기술 적응

영농 다각화는 특정 작목에 집중된 위험을 분산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여기에 재해 예방 기술을 더하면 효과가 커진다.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에 따르면, 스마트농업육성지구를 기존 5곳에서 30곳으로, 과수특화단지를 4곳에서 100곳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병해충 저항성과 내한성을 갖춘 기후적응형 품종 449종을 개발·보급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현장 기술 적용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충청북도는 노지 고추 농가에 간이 비가림 시설과 수분장력 센서를 활용한 자동 관수 시스템을 보급했고, 그 결과 고추 생산량이 20% 증대되는 효과를 거뒀다. 첨단 기술이 아닌 적정 기술의 현장 적용만으로도 기후 리스크 대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격 위험 관리: 보험과 공급망 다변화

농업 위험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격 위험이다. 생산량은 줄었는데 판매 가격까지 하락하면 농가 피해는 두 배가 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수확량 감소와 가격 하락을 동시에 보장하는 수입보장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 농업인은 응답자의 42.8%였지만, 38.5%는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면서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보험 가입률을 높이고 약관 보장 범위를 현실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수산업에서는 해외 대체 어장 확보와 양식 지역 분산 등 공급망 다변화가 가격 안정의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도적 안전망: 재해보험 고도화

기후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는 마지막 방어선은 재해보험이다. 현재 농업재해보험은 약관에 규정된 특정 기후재해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복합적 기후위기가 확대되면서 보장 범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폭염과 가뭄의 겹침 현상, 새로운 병해충의 출현처럼 약관에 명시되지 않은 복합 피해는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 약관 개정과 보장 품목 확대, 재해 인정 기준 현실화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이유다.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는 농수산업의 방향

기후변화는 이제 외부 환경 변수가 아니라 농수산업 경영의 내부 리스크로 내재화해야 할 과제가 됐다. 선제적 위험관리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정보의 확보다. 위험은 알아야 관리할 수 있다. 기온과 강수량 변화, 해수 온도 추이, 병해충 발생 예보 등 기후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경영 판단에 활용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둘째, 기술과 인프라의 전환이다. 스마트 온실, 자동 관수 시스템, 기후적응형 품종처럼 기상 조건의 영향을 줄이는 기술적 해법에 투자해야 한다. 셋째, 재무적 안전망의 구축이다. 재해보험 가입, 적립금 확보, 다각화된 판로 개척을 통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결론

2024년 우리나라 해역 해수면 온도는 18.6℃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1.3℃ 높았으며, 이러한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 적지가 변화하고 연근해 어종의 변화, 어업생산량 감소 등이 관찰되고 있다. 이 추세는 단기간에 되돌아오지 않는다. 기후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 농수산업의 위험관리는 보험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스마트 인프라 중심의 생산 체계 전환, 기후적응형 품종 개발, 수자원 관리 고도화, 재해보험 현실화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위험을 피할 수 없다면, 위험을 아는 것이 먼저다.

참고자료

  • 기상청·정부 합동,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 2025, 기상청
  • 환경부·기상청,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 2025, 환경부·기상청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기후에너지환경부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5년 10대 농정이슈』(PRN226), 2024
  • 농업정책보험금융원, 『2025년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의 이론과 실무』, 2025
  • IPCC, 『Climate Change 2023: AR6 Synthesis Report』,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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