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농경지의 수분을 말리고, 곡물 창고를 비워가고 있다.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6도 상승하며 인류가 파리 협약에서 설정한 마지노선 1.5도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기후변화가 식량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연결고리를 짚어본다.
기후변화란 무엇인가
기후변화는 자연적 요인과 온실가스 농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장기간에 걸쳐 지구의 평균 상태가 달라지는 현상이다. 단순히 더워지는 것만이 아니라 강수 패턴의 교란, 해수면 상승,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번화를 함께 수반한다.
UN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난 100년(1906~2005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약 0.74도 상승했고, 해수면은 17센티미터 올랐으며, 북반구의 적설 면적은 10년마다 2.7%씩 줄어들었다. IPCC는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해수면 상승과 물 부족이 심화되어 식량 생산 환경이 근본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 — 기후 교란의 두 얼굴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진다. 두 현상은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변화에서 비롯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 농업에 충격을 가한다.
엘니뇨: 서쪽을 말리고 동쪽을 적신다
엘니뇨는 12월에서 3월 사이에 태평양 적도 해역에서 발생하는 해수·대기 시스템의 이상 현상이다. 남미 인근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10도 높아지면 북미와 남미 서부 지역에는 홍수가, 호주와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에는 극심한 가뭄이 찾아온다.
문제는 호주,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이 모두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다는 점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밀, 옥수수, 대두의 생산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2007~2008년 호주 지역에 덮친 가뭄은 밀과 옥수수 가격의 급등을 불러왔고, 세계 식량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라니냐: 동쪽을 말리고 서쪽을 적신다
라니냐는 엘니뇨의 반대 현상이다. 서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는 오히려 낮아진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은 강수량이 많아지는 반면, 페루 등 남아메리카 지역은 심한 가뭄을 겪는다. 태평양 연안 일부 지역에서는 한파와 이상 저온이 나타나기도 한다.
2010~2011년에 러시아와 남미를 덮친 가뭄과 이상 추위는 라니냐의 영향과 맞물려 밀, 보리, 호밀 등의 국제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 시기 일부 국가에서는 식료품 물가 급등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까지 발생했다.
2024년, 1.5도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이 15.1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6도 높은 수준으로, 인류가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설정한 1.5도 한계선을 처음으로 공식 돌파한 해가 됐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가장 더운 해’였으며,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 해수면의 연평균 온도도 역대 최고인 20.87도를 기록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2ppm, 메탄 농도는 1897ppb에 달하며 모두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사(NASA)의 기후과학자 개빈 슈밋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불과 150년 만에 300만 년 전 플라이오세 수준의 온난화에 절반쯤 도달했다”고 밝혀 경각심을 높였다.
빙하가 사라지면 식량이 사라진다
기후변화의 또 다른 심각한 위협은 빙하 소멸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2~2024년은 관측 역사상 3년 동안 가장 큰 규모의 빙하 감소가 일어난 기간이었다. 유럽 알프스에서는 21세기 들어 전체 빙하의 38.7%가 사라졌다. 24년 만에 40%에 가까운 얼음이 녹아 없어진 것이다.
세계빙하감시기구(WGMS)에 따르면 1975년부터 최근까지 50년간 사라진 빙하의 양은 약 9,000GT(기가톤)에 달한다. 빙하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식수와 농업용수 공급원이다. 유네스코(UNESCO)의 ‘세계 수자원 개발 보고서’는 전 세계 관개 농업의 3분의 2가 빙하 유실의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지금처럼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린다면 20억 명이 물 부족과 식량난을 동시에 겪게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곡물 가격과 애그리플레이션 — 식탁 위의 기후변화
기후 이변은 곡물 수급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먹거리 가격 급등으로 나타난다. 2000년 이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세계 식료품 가격이 두 차례 크게 폭등했다. 1차는 2007~2008년 호주 지역 가뭄으로 촉발된 밀·옥수수 가격 급등이었고, 2차는 2010~2011년 러시아와 남미의 복합 기상재해에 따른 곡물 전반의 가격 상승이었다.
곡물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국가들은 농산물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리는 ‘애그리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을 겪었다. 단순한 식료품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안보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상이변의 복합적 농업 피해
폭우와 폭설, 폭염 등 자연재해의 증가 외에도 기후변화는 농업 생태계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농작물 병해충 발생이 늘어나고, 식물의 생리 주기가 흐트러지며, 가축 질병의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북미, 남미, 호주 등이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어 글로벌 곡물 공급망의 취약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 기후 적응과 식량안보의 교차점
기후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과제는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과 함께 기후 적응(adaptation) 역량을 동시에 키우는 것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기후 내성 품종 개발, 스마트농업을 통한 물 사용 효율화, 식량 공급망 다변화, 그리고 기후 리스크를 반영한 농업 금융 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유네스코, FAO, WMO 등 국제기구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빙하 보존과 기후 안정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의 식탁은 기후와 직결되어 있다.
참고자료
- IPCC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2024년 연간 기후 보고서
- UNESCO, 세계 수자원 개발 보고서 (2025)
- 세계빙하감시기구(WGMS)
- 세계기상기구(WMO)
- FAO (유엔식량농업기구)
- 한겨레신문, “기후재앙 1.5도 마지노선 첫 붕괴” (2025.1.12.)
- 중앙일보, “20억명 생존 위협 재앙 덮친다” (2025.3.21.)
- 중앙일보, “영원한 얼음 빙하가 소멸할 위기” (2025.3.22.)
기후변화가 농업과 식량 시스템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궁금하다면 KAFI AI 서비스를 통해 농업 리스크와 대응 전략을 살펴보세요. 귀농귀촌AI, 농업기술AI, 경영전략AI가 여러분의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