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학파 경제성장이론은 경제성장의 원인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하려 한 시도였다. 아담 스미스, 맬서스, 리카도, 밀 등 18~19세기 영국 경제학자들은 기술진보와 인구증가라는 두 힘의 상호작용 속에서 국가의 부가 어떻게 성장하고 또 멈추는지를 분석했다. 이 이론은 경제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를 잡던 시기에 등장했으며, 이후 모든 경제성장이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부(富)의 기준이 바뀌다: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 경제의 핵심 과제는 식량과 생활용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식량과 생활용품은 소비되면 사라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지속적인 축적이 어렵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부는 이것들을 생산할 수 있는 수단, 즉 토지와 노동을 소유하는 데 있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계와 공장이 등장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자본이 핵심적인 생산요소로 부상했다. 토지와 노동이라는 전통적인 생산요소에 더해, 기술과 과학의 발달에서 비롯된 기술진보가 새로운 성장요인으로 등장했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바로 이 전환기에 경제성장을 이론으로 설명하려 했다.
경제성장이론이란 무엇인가
경제성장이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계열의 규칙성 또는 경향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요인이 무엇인가에 관한 문제는 경제학에서 가장 오래된 연구 과제 중 하나다.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기술진보와 인구증가가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보았다. 이들의 관점에서 경제성장은 국가 전체의 생산총량이 아니라 1인당 소득이나 생산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따라서 인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느냐는 경제성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였다.
아담 스미스: 분업과 자본축적이 국부의 원천이다
고전학파 경제성장이론의 출발점은 아담 스미스(1723~1790)의 『국부론(1776)』이다. 스미스는 중상주의 시대에 금은의 축적을 국부의 핵심으로 보던 통념을 깨고, 노동의 생산성과 분업이야말로 국가의 부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스미스에 따르면 국부를 늘리는 방법은 분업의 발전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자본축적으로 생산적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다. 그는 핀공장의 사례를 통해,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핀을 만들 때보다 여러 사람이 공정을 나누어 맡을 때 생산량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고자 했던 핵심 내용은 정부의 잘못된 경제규제를 철폐하여 자유롭고 공정하며 경쟁적인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것, 즉 자유방임주의를 시행하는 것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었다.
자본축적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자본이 축적되면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고, 시장이 확대되며, 분업이 더욱 심화되어 생산성이 높아진다. 스미스는 이 선순환 구조가 국가의 부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다만 고전학파 성장모형에서는 새로운 투자를 통해 자본스톡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동태적 측면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맬서스: 인구는 식량보다 빠르게 늘어난다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1834)는 경제성장의 낙관론에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맬서스는 『인구론(1798)』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어 인구와의 사이에서 부조화가 생기게 되고 사회의 빈곤문제는 더욱 어렵게 된다고 했다.
이 논리는 당시 영국 사회에서 팽배했던 불안감과 맞닿아 있었다. 산업혁명의 부작용으로 도시 빈민이 급증하고 계급 갈등이 심화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식량생산이나 기술진보는 인구 증가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심각한 사회적·경제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맬서스의 논리에 따르면 실질임금이 최저생존임금보다 높으면 인구가 증가하고, 인구가 늘면 노동공급이 증가하며,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여 임금은 다시 최저생존임금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 구조가 반복되는 한 경제성장은 결국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암울한 전망 때문에 경제학은 한때 ‘우울한 과학(dismal science)’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리카도: 지대가 높아지면 자본가의 이윤이 줄어든다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는 경제성장의 문제를 분배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리카도는 토지의 비옥도가 지대를 결정하게 되는데, 지대가 발생하는 이유는 비옥한 토지의 양이 상대적으로 희소하고 토지에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인구가 증가하면 식량 수요가 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점점 더 척박한 토지까지 경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옥한 토지를 소유한 지주의 지대 수입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경작면적이 확대되면서 지대는 계속 늘어나고 자본가의 이윤은 계속 줄어든다. 이윤이 감소하면 자본 축적의 동기가 약해지고, 결국 경제성장도 멈춘다는 것이 리카도의 결론이었다.
인구가 늘어나면 자본가, 노동자, 지주 중에서 지주가 제일 돈을 많이 번다는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은, 지주가 차액지대라는 불로소득을 취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리카도는 이러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외국 곡물의 자유무역을 지지했으며, 값싼 수입 곡물로 곡물 가격을 낮추면 지주의 지대 이익을 억제하고 자본가의 이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밀: 정체상태도 행복한 사회일 수 있다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은 고전학파 성장이론을 집대성하면서도 독창적인 관점을 덧붙였다. 밀의 『정치경제학원리(1848)』는 베스트셀러로 생전에 무려 일곱 판이나 찍었고, 마셜의 『경제학원론(1890)』으로 대체될 때까지 옥스퍼드대학의 교과서로 쓰였다.
밀은 고전학파가 불가피한 결말로 보았던 정체상태를 반드시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리카도가 정체상태라는 이론적 모형에서 수확체감, 시장 침체, 이윤 감소 등을 보았던 반면, 밀은 그 안에서 지상의 천국을 건설하기 위한 가능성을 보았다. 밀은 세월이 흐르면서 인류는 더 이상 돈에만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부유하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밀은 자본주의가 개혁될 가능성을 믿었으며, 노동자의 권리와 보다 공평한 자원 분배를 옹호했다. 성장 자체보다 분배와 삶의 질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밀의 관점은 현대 복지경제학의 시각과도 상당 부분 연결된다.
고전학파 성장이론의 한계와 현대적 의미
고전학파 성장모형은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었다. 새로운 투자를 통해 자본스톡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생산요소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 정태적 모형이었다. 무엇보다 기술혁신의 속도와 제도적 변화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실제 역사는 이들의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선진국들은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기술혁신과 자본 축적을 통해 1인당 소득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렸다. 맬서스가 우려했던 식량 위기는 농업기술의 혁신으로 상당 부분 극복되었고, 리카도가 경고했던 이윤 소멸도 기술진보 앞에서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고전학파 이론이 완전히 낡은 것은 아니다. 기술진보가 더디고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저개발국의 경제 현실을 설명하는 데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분석틀을 제공한다. 반대로 현대 선진국들이 직면한 문제, 즉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부족과 경제 위축은 고전학파의 시각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처럼 고전학파 성장이론은 그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성장이론들이 탄생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경제성장이론의 출발점이 된 유산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18~19세기에 던진 질문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무엇이 한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가, 인구와 자원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가, 성장의 과실은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들은 이후 신고전파 성장이론과 내생적 성장이론으로 이어지며 경제학의 핵심 연구 주제로 발전해 왔다.
특히 농업과 식량 문제는 고전학파가 가장 집중적으로 다루었던 영역이다. 맬서스가 인구와 식량의 불균형을 경고했던 것처럼, 기후변화와 인구증가, 식량 안보는 지금도 전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경제성장이론의 역사는 결국 이 오래된 문제를 어떻게 더 정교하게 다루어 왔는가의 역사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 아담 스미스,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1776
-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 1798
- 데이비드 리카도, 『정치경제학 및 과세의 원리(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 1817
- 존 스튜어트 밀, 『정치경제학원리(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1848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아담 스미스: 경제를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라」(eiec.kdi.re.kr)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존 스튜어트 밀: 사회개혁을 옹호하다」(eiec.kdi.re.kr)
- 위키백과, 「고전파 경제학」, 「존 스튜어트 밀」
- 부동산위키, 「차액지대설」(xn--989a00af8jnslv3db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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