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산업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8%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저탄소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규범이 강화되는 가운데 생산 방식의 혁신 없이는 수입산 축산물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정책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규제에서 보상으로, 달라지는 글로벌 축산 정책
국제 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농업 부문의 저탄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국가가 규제 일변도 방식에서 벗어나 농가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중심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기후 스마트 농업 프로그램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며, 일본은 J-credit 제도를 통해 사료 개선이나 분뇨 관리 방식을 바꾼 농가에 직접적인 금전적 보상을 제공한다. EU는 공동농업정책(CAP) 보조금을 온실가스 감축 실적과 연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식량안보 문제가 부각되자, 지나치게 엄격한 환경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식량 공급 안정과 균형을 맞추는 유연한 방향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탄소 감축을 넘어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 구축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 축산업의 현실: 왜 18% 감축인가
호주 등 주요 축산물 수출국들이 저탄소 인증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한국산 축산물의 수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국내 육류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인위적인 사육 두수 감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두수를 줄이지 않고도 고기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적·구조적 혁신이 유일한 해법이다.
정부가 설정한 2030년 축산부문 온실가스 18% 감축 목표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감축을 이끄는 세 가지 전략
가축분뇨를 에너지로 바꾼다
기존에는 가축분뇨 대부분이 퇴비나 액비로 처리됐다. 앞으로는 정화처리 비중을 높이면서 바이오가스, 고체연료, 바이오차(Biochar) 생산으로 활용 범위를 크게 넓힌다. 브라질 양돈농가들이 바이오가스 발전으로 전력을 판매하는 모델처럼, 국내에서도 농가와 지역 단위의 에너지화 시설을 확충하고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배출권 거래제와 연계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환경 보전이 실질적인 농가 수익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고 있다.
사양관리와 생산성을 동시에 높인다
장내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이는 저메탄 사료와, 분뇨 내 잉여 질소를 낮추는 저단백 사료 보급이 본격화된다. 사육 기간 단축도 핵심 전략 중 하나다. 한우의 경우 사육 기간을 26개월 이하로 줄이고, 돼지는 모돈당 출하두수(MSY)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여 고기 한 단위당 탄소 발자국을 줄인다.
스마트 기술로 자원순환 농업을 완성한다
빅데이터와 AI 기반 스마트 장비를 도입해 최적화된 사양관리를 실현하고 분뇨와 악취 발생을 줄인다. 아울러 농식품 부산물을 사료로 재활용하고 조사료 생산을 늘려 외부 투입 자원을 최소화하는 순환 경제 체계를 정착시킨다.
규제가 아니라 기회로, 농가 참여를 이끄는 지원책
정부는 감축 목표를 강제하는 방식보다 농가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존에 한우에만 적용되던 저탄소 축산물 인증 대상을 낙농, 양돈 등으로 확대하고, 저메탄·저단백 사료를 급여하는 농가에 탄소중립 프로그램 직불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결국 탄소중립은 축산업에 부담이 아닌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 에너지 판매, 배출권 거래, 저탄소 프리미엄 인증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갖춰지면 환경 투자가 곧 경영 개선으로 직결된다.
결론: 저탄소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
글로벌 탄소중립 규범은 이미 국제 교역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 축산업이 수입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수출 시장을 개척하려면 저탄소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기술 혁신과 정책 지원이 맞물리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다.